나눔의집 이야기/2023년 하반기 소식지
[나눔단상] 다 때가 있다 - 성북나눔의집 원장 한덕훈 신부
나눔협
2024. 7. 9. 10:05
전철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시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달, 한상호 지음,
원만해지려고
빈 가슴 채우더니
평안해지려고
채운 것 덜어내네
추석의 보름달보다도 더 밝고 낮게 뜬 달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달을 핸드폰에 담으려고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 화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둥글고 밝은 달은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둥글고 밝은 달을 닮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가을이 되어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듯, 언제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채움이 있으면 비워야 한다는 것을 달은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달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어서 채워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을 힘들게 한 것 같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다 때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어서 채워야 한다는 불안에서 벗어나니 한결 숨쉬기가 편해졌습니다. 사람과 사물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한결 부드러워진 내 마음을 봅니다. 내 마음이 보이니, 다른 이의 마음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글. 성북나눔의집 원장 한덕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