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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이야기] 숱한 인연 속 우리 - 용산나눔의집 김미영나눔의집 이야기/2023년 상반기 소식지 2023. 6. 27. 16:58
용산나눔의집 설립 20주년을 맞이하며
숱한 인연 속 우리
용산나눔의집 김미영
용산지역자활센터
나를 흥분시키는 빨간 버튼인 키워드 ‘차별’은 꽤 오래 전부터 내 안에 존재해 왔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고 장애를 갖게 된 친오빠의 유치원 짝꿍과 마주한 이후로, 나는 TV나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장애인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며 막연히 장애인과 세상의 연결다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열여섯 살에 수화 초급반 모집 공고를 보고 무작정 조계사를 찾아가 수화를 배우고, 청각장애인 복지관인 청음회관을 통해 청각장애 아동의 방문교사 활동을 한 것은 그 시작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문잡지사에서 수화통역을 하다가 용산으로 일터를 옮겨 지적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을 때, 나는 용산나눔의집을 처음으로 만났다. 지역 연대활동을 시작으로 인연이 닿아 용산나눔의집에서 이주파트 활동가로 살아가기를 짧게 2년 여, 이후 다른 경험을 쌓고 용산으로 다시 돌아온 건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었다.이십 대 팔딱이던 시절, 내 놀이터였던 용산나눔의집은 다양한 ‘너와 나’가 있고 서로의 아픔이 만나는 곳으로 우리 모두의 비빌 언덕이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벡상예술대상을 수상한 배우 박은빈은 “사실 세상이 달라지는 데 한몫하겠다는 거창한 꿈은 없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적어도 이전보다 친절한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를, 또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다름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채로움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기했다.”라고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는 대사였는데요. 영우를 통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정말 정말 기뻤습니다. 나는 알아도 남들은 모르는, 남들은 알지만 나는 알지 못하는 그런 이상하고 별난 구석들을 영우가 가치 있고 아름답게 생각하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아서 많이 배웠습니다. 어렵더라도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수긍하고 또 포용하면서 힘차게 내딛었던 영우의 발걸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는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남겼다.
배우 박은빈이 우영우를 만남으로서 단단히 성장한 것처럼, 내 성장의 공간은 용산나눔의집이다. 차별을 넘어 불완전함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사회복지일을 하는 내게 용산나눔의집은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가난한 사람들과 동행하며 다채로움을 배우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면서 오랜 시간 꾸준히 한 자리에 서 있는 우뚝 솟은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지난 몇 해의 시간 동안 성장통을 겪은 나는 관계의 미숙함에 힘겨울 때도 있고, 거친 갈등 속에 관계를 버텨내야만 하는 시간도 있었다. 진흙탕에서 빠져나와 겨우 흙을 털어내고 따뜻한 볕에 마르는 듯하다 어느새 다시 흙탕물에 빠지고 젖은 흙 속에서 뒹굴기를 몇 번, 빠져나오기를 몇 번이었다. 흙을 털어내겠다며 거칠게 달리기도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는 동안 나는 혼자였다. 하지만 그 시간을 빠져나와 보니 나를 감싸 안고 있는 울타리 안에는 흐트러진 실타래가 차곡차곡 줄을 내어 쌓여 있었고, 돌아보니 내 곁에는 나를 지켜보고 응원하며 기다려준 용산나눔의집 식구들이 있었다. 삶은 여전히 진흙탕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날도 있지만, 내겐 든든한 비빌 언덕에 있기에 단단한 지금의 내가 있다.
언젠가는 나도, 어린 나를 토닥이고 이끌어주던 나눔의집 선배들처럼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앞으로도 용산나눔의집과 나, 그리고 성공회 나눔의집이 끊임없이 함께 성장하며 다름과 다채로움, 인정과 포용 안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길 바란다.
지난 2016년 민김종훈(자캐오) 신부님이 용산나눔의집에 부임하신 이후 신년 행사로 시작한 현재까지의 ‘한 해 다짐’ 머그샷 사진 모음 '나눔의집 이야기 > 2023년 상반기 소식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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