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여기는 이방인의 집, 우리는 당신 편입니다 -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함께 하는 용산나눔의집나눔의집 이야기/2023년 상반기 소식지 2023. 6. 27. 17:22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함께 하는 용산나눔의집
“여기는 이방인의 집, 우리는 당신 편입니다.”
민김종훈(자캐오)
용산나눔의집 원장사제
2022년 10월 29일,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이후 7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거리에서 슬픔의 강을 홀로 건너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진도 앞바다에서 너무 황망하고 억울하게 수많은 생명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 참사와 잘못된 정부 대응이 반복되지 않도록 거리와 광장, 국회에서 계속 싸웠습니다.
그런데 9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처럼 이런 사회적 참사와 잘못된 정부 대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사람들이 더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노숙 농성을 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지인,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어디서부터 다시 세워가야 할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정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꿔 보겠다고 그토록 애썼지만,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 여러 맥락 가운데 ‘이방인 취급’을 받는 사람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로, 할 수 있을 때에, 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하고 바꿔가려는 도전과 지향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난 7개월 동안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분들 곁을 지켜 온 시민대책회의의 일원이자 공동운영위원장, 피해자권리위원회 위원장으로 동행해 왔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10.29 희생자 이주영 님의 오빠이자 유가협 운영위원 중 한 명인 진우 님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과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의 연대’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Q. 10.29 참사 이후,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힘겨운 시간을 버티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어떤 시간과 상황을 보내고 계신가요?
A. 참사 이후, 한 달간은 모든 외부와의 소식을 끊고 가족과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 계속 얘기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던 와중 우리 외에 다른 유가족 분들이 얼마나 계신 것인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도 궁금해졌죠. 찾아보니 ‘민변 쪽에서 모이고 있다’라는 소식을 듣게 되어, 처음으로 다른 유가족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유가족들과 슬픔을 나누고 협의회를 만들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가족을 잃었지만 다른 유가족 분들과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면서 끈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하늘로 떠난 희생자들의 명예를 되찾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협의회의 활동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가족들에게 공지를 드리고, 간담회를 준비하는 등 실무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Q. 그 억울함과 고립의 시간 동안에 곁에서 동행하는 이들, 그 가운데 저희 같은 이들은 어떤 모습과 의미로 다가오시나요?
A. 성공회는 역사책에서만 봤던 영국에서 파생된 종교라고 알았습니다. 나눔의집도 이전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었죠. 하지만 참사 이후 정말 힘들고 고립되었던 시간 동안 나눔의집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모두를 신뢰할 수 없었던 시기에 ‘선한 사람도 있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신 분들이었죠.
우리나라에서는 유가족들의 곁에 서있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비난을 받는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서 묵묵히 곁에 계속 서 계셔 주시는 것에 너무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거리 기도회, 10.29 기억와 연대의 별 텀블벅 프로젝트 등을 함께 진행하며 느꼈던 점이 있는데요. 종교인들은 뭔가 신성하고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같은 사람이었고 또 정말 친근하신 분들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용산나눔의집 신부님이나 활동가분들과 텀블벅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회의하고 일을 하면서, 연대의 강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023년 고난주간 나눔의집협의회(서울교구) 연합미사 & 시청 앞 합동분향소 방문 Q. 마지막으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협의 한 명으로 성공회와 같은 종교 단체 사람들, 그 안에 있는 9개 나눔의집 활동가들과 후원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요청이나 연대의 말이 있으신가요?
A. 이런 말을 다시 한번 드려서 어떻게 보면 죄송하고, 감사하지만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계속 함께 연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무언가를 꼭 하지 않으시더라도 옆에 서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큰 힘이 되고 또 의지가 됩니다. 유가족 분들이 표현을 잘못하실 수도 있지만, 마음속으로 항상 감사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좌)용산나눔의집 원장 민김종훈 신부 / (우)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 故이주영 님의 오빠 이진우 20주년을 맞이해 “여기는 이방인의 집, 우리는 당신 편입니다.”라는 모토를 정리한 용산나눔의집. 우리는 앞으로도 슬픔의 강을 건너는 이들을 홀로 두지 않을 겁니다. 잘못된 사회 구조와 문화, 왜곡된 인식과 역동 가운데 고립 당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길벗으로 함께 저항하고 변화시켜 나갈 겁니다. 그분들의 슬픔과 고립, 고통은 그분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이어지고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계속되는 우리의 작은 연대와 포기하지 않는 저항은 또 다른 슬픔과 고립, 고통에 휩싸인 이들의 기도와 온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나눔의집 이야기 > 2023년 상반기 소식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천동나눔의집 활동 (2023년 상반기) (0) 2023.06.29 동두천나눔의집 활동 (2023년 상반기) (0) 2023.06.29 노원나눔의집 활동 (2023년 상반기) (0) 2023.06.29 [활동가 이야기] 숱한 인연 속 우리 - 용산나눔의집 김미영 (0) 2023.06.27 [나눔편지] 당신이 필요합니다 - 수원나눔의집 원장 정일용 신부 (0) 2023.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