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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소리] 설렘으로의 변화 - 수원나눔의집 이정희나눔의집 이야기/2024년 상반기 소식지 2024. 8. 5. 10:15
톡! 톡 !톡!
연둣빛 바람과 함께 봄비를 만난 소리에 지난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올려봅니다.
처음 사용해 본 등산 스틱이 땅을 만날 때 나는 소리이기도 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인천나눔의집과 함께 떠난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처음 해본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네팔은 물론이고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빛의 길, 노새가 들려주는 종소리, 피할 수 없어 즐겼던 야크 배설물, 표정을 숨길 수 없는 맛의 달밧, 구슬아이스크림의 눈송이. 오감의 화려한 첫 경험들이었습니다.
처음의 두려움을 늘 가지고 있는 저에게 지난 히말라야 트레킹은 처음의 설렘이라는 변화를 주었습니다. 어쩌면 신입실무자로 나눔의집을 만났을 때, 그리고 징검다리교육으로 식구라고 불릴 때와 비슷하단 생각이 듭니다. 두려움에서 설렘으로의 작은 변화이겠지요.
네팔 트레킹 중 3,120m의 푼힐전망대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히말라야봉우리를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검지로 따라 그어가며 그의 매력에 빠져보기도 합니다. 가장 오른쪽에서 해를 맞이한 마차푸차레를 마주하니 여러 감정들이 섞이더라고요.그는 나에게 늘 응원의 메시지를 주는 듯하였으나 드러내지 못하고 솔직하지 못해 구석에 있는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 울컥 쏟아지는 마음에 속이 후련해지고 묘한 그런 감정이 싫지 않았지요.
나눔의집에서 도시락배달로 어르신들을 만났고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과 장난을 치며 수원의 다른 이들과 함께 고민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참혹하고 고통스럽다는 참척(慘慽)의 슬픔에 통곡하였고, 곁을 두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이 건네는 한마디의 말에 안도하면서 사람들과 늘 함께였습니다.
그렇게 나의 시선은 다른 이들에게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모든 시간과 공간 안에서 나 자신 또한 돌봐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차푸차레에게 들킨 나를 말이지요.
나눔의집이 저에게 그래요. 억지스럽지 않게 그저 단단한 땅 위에서 내가 가진 보폭과 나의 속도대로 걸어가 보라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기다림과 응원을 받은 이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렇게 연이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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