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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소리] 포천나눔의집 20주년을 맞이하여 - 포천나눔의집 사무국장 윤성집나눔의집 이야기/2022년 나눔의집 소식지 2022. 12. 28. 10:20
우리들의 스무 살,축하해
"우리들의 스무 살, 축하해"
포천나눔의집 20주년 기념 문구입니다.
포천나눔의집이 태어난 지 스무해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제 청년이 된’ 나눔의집이 앞으로 더욱 나눔과 사랑을 펼쳐 나가 갈 응원 하며 축하해 주셨습니다. 처음 나눔의집에 발을 디딜 때는 신부님도 저도, 동료들도 청년이었는데 지금은 장년이 되어 있습니다. 초기에 우리들은 가난한 이들의 공동체 이야기를 나누고, 뜨겁게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꿈도 많이 꿨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진행된 20주년 기념식은 나눔의집 가치 속에 함께 살아갈 후배들을 많이 키워내지 못했다는 자책과 답답함, 이만큼 걸어온 변화, 함께 하는 주민들 안에서의 뿌듯함과 감사함도 공존하는 기묘한 시간이었습니다.
포천은 2002년 가정결연, 외국인노동자상담소, 자활후견기관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첫 활동인 가정결연 활동은 나눔의집 영성을 실천하는 현장으로 깊은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봉사자들과 함께 공동체적 관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저도 가정결연 실무자로 첫 걸음 떼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틀못이 할아버지를 늘 업고 다녔던 일, 시력을 잃어 봉사자를 의심하던 백의리 할아버지를 안심시키던 일, 주민등록도 말소되어 무너진 빈집에서 노숙하던 아주머니를 설득하던 일, 그리고 함께 찾아다니며 마음을 나누었던 봉사자들까지, 가정결연 활동은 그렇게 이웃을 만나고 연결하고 함께 웃고 울며 서로 배워 나갔던 행복한 활동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포천나눔의집에서도 복지체계 안으로 제도화되어가는 활동들이 늘어갔지만 늘 놓지 않으려 애썼던 것이 있습니다. 어디서 어떤 활동을 하든 사람으로서 사람을 깊게 만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나눔의집 영성에서 고백하는 ‘예수의 복음을 몸으로 사는’ 헌신을 말하긴 무척이나 부끄럽지만, 세상의 낮은 곳에 서서 가난하고 소외되었기에 따뜻한 나눔이 있고 사람냄새가 나는 그곳에서 살아가자는 말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나눔의 집이었습니다.
가정결연의 가치 속에 주민들을 만나는 돌봄과 사례관리 영역의 센터들, 이주민의 어려움을 돕고 공동체를 촉진해 나가는 이주민센터, 가난한 이웃의 자립과 자활을 꿈꾸는 자활센터, 장애인이 격리된 시설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먹을거리를 나누는 푸드뱅크와 행복도시락, 어르신의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함께우리와 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을 함께하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여러 연대활동들, 이 모든 활동들이 이러한 나눔과 섬김 - 환대와 공동제적 관계 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저는 여행과 종교, 우주 이야기를 좋아하는, 돈은 없지만 세상살이를 마냥 좋게만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만큼 관심 없는 세상의 일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나눔의집을 만나서야 더 알게 되고 그만큼 보이는 것이 늘어갔습니다. 어리고 흔들리는 어리석은 마음이라 금세 풀려 버리기도 하는 약한 매듭이지만, 다시금 하나 하나 다듬어 길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곳이 나눔의집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지금 사람들에게 그런 힘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솟아나고 마음이 무거울 때가 꽤 있습니다. 10년 전쯤 주위를 둘러보니 선배들이 사라져 있고 제가 그 자리로 밀려와 있더군요. 그때 느꼈던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어려움과 조바심이 생각납니다.
언제나 지금의 저는 부족하더군요. 그때마다 저를 지탱했던 건 함께 하는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것이 우리가 함께 꿈꾸는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었습니다. 여전히 지금의 저는 부족하고 늘 마르타의 자리에서 뛰어다니고 있지만, 그것이 싫거나 시샘되지 않고 보람된 건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나눔의집에서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어느 곳에 있던지 함께 한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마음 내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포천나눔의집 20주년을 맞이하여,
포천나눔의집 사무국장 윤성집
이주민 통역서포터즈워크숍에서 , 사진 가운데가 필자 '나눔의집 이야기 > 2022년 나눔의집 소식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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