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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편지] 가을단상(秋想) - 봉천동나눔의집 원장 김한승 신부나눔의집 이야기/2024년 하반기 소식지 2024. 11. 27. 16:49
"이젠 자네 머리도 허옇구만!"
얼마 전, 30년 만에 조우한 옛 친구가 던진 이 한 마디에
이순(耳順)이 다 된 제 나이와 세월의 덧없음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첫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을 지나
계절은 벌써 겨울로 향하는데,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탓인지,
아니면 나이 탓인지
추동(秋冬)의 계절을 맞이하는 감회가 남다릅니다.
문명의 계절도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 봄
대기학자 파울이 명명한 '인류세'를
누구나 공감하는 부정적 현실을 만든 지금이야말로
성서가 말한 '추수의 때'라고 저는 믿습니다.
기독교만이 아니죠.
불교의 미륵, 증산도의 개벽,
점성학의 물병자리사상도
이 시대를 가을로 규정합니다.
철없던 봄, 화려했던 여름을 반성하고
동토의 계절을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기후 변화와 교회의 위기 속에
2년 뒤면 나눔의집도 설립 40년을 맞이합니다.
이제 청춘의 때를 벗고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단단함으로 거듭나
동토의 겨울을 넘어
새 봄, 새 날을 꿈꿀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관악구 구암길에서
김한승 신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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